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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 서평] 손님

손님
저자 황석영
 

한국전쟁이 벌어진 1950년 10월, 황해도 신천에서 민간인 대규모 학살 사건이 발생한다. 이 소설은 '신천 학살 사건'을 바탕으로 쓰였다. 저자는 1989년 북한에 있는 신천을 방문하여 이 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

 

소설의 주요사건인 '신천 학살'은 비극 그 자체이다. 사건은 토지 개혁에서 발단되었다. 지주들이 가지고 있던 땅을 무상몰수하여 무상 배분하자는 인민위원회 세력과 지주들이 주가 되는 기독교 세력이 충돌하였다. 이 대립에 외부세력들이 투입되면서 무력충돌로 번지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심해져 서로를 죽이고 서로의 가족을 죽이는 비극으로 치달았다.

 

필자는 '류요한'이 '순남아저씨'를 죽이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요한은 원래 알던 사이인 순남아저씨와 그의 가족을 붙잡는다. 동료들은 인민위원회의 주요인물인 '순남'과 그 가족을 읍내로 끌고 가자고 하지만, 요한은 그곳에서 이들이 더 비참한 수모를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순남의 가족을 그 자리에서 사살한다. 이후 요한은 순남에게 담배를 물려주고 대화를 나눈 뒤 그 또한 사살한다.

 

필자는 요한의 마음속에 아직 옛정이 남아있었다고 생각한다. 옛정은 요한이 나름대로 순남과 그의 가족을 배려하게 했다. 물론 그들을 죽였지만, 요한이 속한 집단의 사고가 요한의 '정'을 집어삼켜 그를 비극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을까? 집단에서 만들어진 기준으로 '선','악'을 구분하였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집단에 속한 개인은 집단이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공동책임이라는 변명하에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집단의 이익과 부합하지 않은 의견은 쉽게 묵살될 수 있다. '도덕'은 개인의 행동을 규제할 수 있지만, 집단의 행동은 규제하기 힘들다. 따라서 집단에 의한 행동에 대해 개인의 행동보다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 책의 제목인 '손님'을 개인의 마음에 물든 집단의 사고라고 추측했다. '손님'은 마음속에 들어가 올바른 사고에 대한 방향감각을 상실케 하였다. '손님'에 현혹된 개인들은 비이성적으로 변하여 비극을 저질렀다. 우리는 '신'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손님'의 횡포를 억제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드러내기 불편할 수 있는 우리의 역사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선'과 '악'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인간은 죄지음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사고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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