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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 서평] 언어의 온도

 

언어의 온도 (170만부 기념 에디션)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저자는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차가움과 따뜻함을 글감 삼아, 하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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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의 온도'는 스쳐 지나갈 법한 일상생활을 저자의 사례 깊은 관심으로 재조명한다. 저자는 '이기주' 작가이다.

 이 책은 언어와 관련된 대상들로 구성된 에세이이다. 필자는 말, 글, 그리고 사람에 관한 저자의 새로운 관점에 감탄하였다. 그 중 '시작만큼 중요한 마무리'라는 제목을 가진 글이 가장 인상 깊었다. 글에서 저자는 어느 연인의 헤어지는 과정을 설명한다. 남성은 여성과 함께한 사랑을 회상한 장문의 '카톡'을 여성에게 보내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여성의 답장은 'ㅇㅇ'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모든 글은 시작만큼 마무리가 중요하다. 가슴 깊숙한 곳에 촘촘히 박힌 마지막 한 줄이 글의 주제를 바꿔놓기도 하고, 결말의 수준에 따라 '글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필자는 이 글을 보며 '웃프다'라고 생각했다. 연인의 대화 내용이 우습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사랑이 진심이었든 아니었든 상관없이 함께 시간을 공유한 관계가 'ㅇㅇ'으로 끝났다는 게 안타까웠다. 저자의 말처럼 '연인의 사랑'이라는 글은 마지막 한 줄로 인해 그 주제가 퇴색되었다. 필자는 이 부분을 읽고 이와 유사한 최근 대학가의 상황을 떠올렸다.

 며칠 전 대학가는 비대면 시험 부정행위로 떠들썩했다. 인하대, 서울대, 서강대 등 여러 대학에서 부정행위가 들끓었다. 학생들은 '점수'에 눈이 멀어 배움이라는 주제를 퇴색시켰다. 부정행위로 'A+'를 받을지 모르지만, 이번 학기에 그들은 마지막 한 줄로 '부정행위'를 남겼다. 필자는 이 사건이 단순한 '부정행위'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양심이 '부정행위'를 허락한 근거는 사회적 분위기에 있다. '배움'의 본질은 잊어버린 채 학점이라는 결과만 추구한 것은 대상의 본질보다는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 문제이다. '가슴 깊숙한 곳에 촘촘히 박힌'이 행동 아니더라도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그만일까.

 필자가 '부정행위' 사건과 연결 지어 마무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지만 사실 필자 또한 당당하지는 못하다. 시작할 때에 '배움'이라는 주제를 가슴에 품었지만, 끝에 가서는 배움은 제쳐두고 가시적인 결과에만 집중했다.

 책 '생각의 지도'에 따르면 사용하는 말에 따라 사고방식이 달라진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어떤 말을 쓰고 있을까. 본질을 중요시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남들에게 나를 증명하기 위한 말들만 사용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